<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단막극 페스티벌<아름다운 동행>이 잘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을 끝내는 것이
미안하였지만, 약속한 날짜가 되었기 때문에 무대를 철거했습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3년 2월 26일 저녁입니다.
편지에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재능교육 본사 앞을 찾아왔습니다.
계단에 앉아서 노트북을 무릎에 얹어놓고 씁니다.
눈앞에는 혜화동 성당의 종탑 위에 두 사람이 십자가 옆에 서 있습니다.
날은 저물어가고 그녀들은 실루엣으로만 보입니다.
저녁 문화제를 앞두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걸어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은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서 많은 분들께서 시간과 돈과 사랑을 주셨습니다.
 

대학로의 동료 연극인들,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여러분들 우리와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모아주신 제작비로 밥을 먹고 무대 장치를 만들고 연습실도 빌렸습니다.
얼마간의 돈도 남았습니다.
 

재능노조 유명자 지부장님은 우리가 쓰고 남은 돈을 받는 대신, "잊혀질까봐 두려운"사람들을
기억하는 연극을 또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에서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 다시 공연되는데 필요한 비용이나,
이번 공연과 비슷한 취지의 다른 공연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남은 금액을 사용하겠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혜화동 1번지 연출가들을 비롯 다른 참여 연출가분들 모두 동의하여 주셨습니다.
후원자 여러분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넓은 마음으로 저희를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해고 노동자분들. 그리고 오랫동안 그들의 곁에 있어주었던 공동대책위분들에게 특별히 감사합니다.
우리는 용기도 적고 낯가림도 심하여 잘 다가가지 못했는데, 바쁘고 힘든 시간에도 도리어 우리 곁에 다가와 주셨지요.


동행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도 나누는 시간이어야 했는데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즐거워서 정작 고통은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남습니다.


연극 <아름다운 동행>은 끝났습니다.
지금은 그저 <아름다운 동행>을 더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종탑 위에 올라가신 분께서 꼭 연장공연을 해서 당신들도 보러 오게 되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오늘 저는 다만 이렇게 기록해 둡니다.


2013년 2월 27일 아침 대학로는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기록인
1896일을 맞습니다.

이 신성한 시간은 아마도 연극이 목격하고 기억해야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첫 공연 날에 전태일의 동생 전태삼씨가 다녀갔습니다.
 

그는 생전에 "모든 인간의 공통된 약점은 희망하는 것이 적다는 점" 이라고 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봄을 절망으로 맞이하는 지금, 연극이 더 많은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하루가 지나가고 1896일이 되었습니다.
 

막이 바뀐 시간. 같은 장소에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한 작가 몇 명이 와 있습니다.
종탑 위에 계신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문자 메시지로 위로의 말을 많이 받았습니다. 밑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계신 조합원들이 더 힘듭니다. 그들을 기억해주세요.<아름다운 동행>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동안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 2.27 이양구 <아름다운 동행> 예술감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