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그 후, After Story]는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 및 후기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75명, 1억 3,352만 원을 모금한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시민자산화 프로젝트
After Story 지금 시작합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2018년에 설립되어 현재 313명, 40개 단체가 함께 시민자산화를 실행하고, 시민자산화를 통해 매입한 <모두의 놀이터>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입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마포구 땅값이 많이 오르면서 마포구에 자리를 잡고 지역 기반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급격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에 생활하던 공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이 지역 내 거점과도 같은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하여 2018년 해빗투게더(Have-it-together, 공동 소유한다는 의미)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모두가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조합원 다수가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공간의 이용자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수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놀이터>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에도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올 수 있도록 휠체어 접근성을 높이면 좋겠다.’ 혹은 ‘발달 장애인들도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 혹은 ’청소년이나 지역의 청년들도 자유롭게 더 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같이 의논하고,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곤 해요.
물론, 다수가 이렇게 의사 결정 과정에 모두 참여하면 의사 결정의 속도가 더디기도 해요. 하지만 혼자서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보다 여럿일 때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고, 결국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에 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건물주가 여러 명인 ‘시민 건물주’로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저희가 협동조합을 설립했을 때 일일이 한 명씩 만나면서 조합원이 가입서를 쓰고, 출자금은 통장으로 받는 형식으로 운영했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시민자산화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면서 점차 조합원이 늘기 시작했는데, 일단 시민자산화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더라고요.
또한, 저희가 자체적으로 SNS 채널을 관리하고 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지역,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접근성 있게 다가가고 그들의 참여를 얻기 위해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답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왜 시민자산화 프로젝트를 해야 하고, 하게 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일일이 만나서 설명하기 보다 정리를 해서 잘 보여주는 방법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를 다수의 사람에게 공유함으로써 해빗투게더협동조합과 저희의 시민자산화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더 큰 참여도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모두의 놀이터> 건물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공간이 있지만, 현재 2층과 3층만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공간으로 오픈하여 사용하고 있어요. 나머지 층은 기존에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분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추후 협의를 통해 공간이 비워지는 시기가 결정이 되면 나머지 층까지 <모두의 놀이터>에서 운영할 예정이랍니다.
사실상 <모두의놀이터>를 설명하는 네 가지 요소(모놀 스타일, 모놀 애티튜드, 모놀 플레이, 모놀 워크)가 층별로 정확하게 나뉘어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에요. 먼저, ‘모놀 스타일’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예로 들어볼게요. 2층 슬금슬금 카페에서는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 공유컵인 리턴미(Return me)컵을 빌려드리고 있어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모놀 스타일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카페라는 점에서 차별 없는 공간으로서 ‘모놀 애티튜드’에도 해당해요.
3층에는 워크(work)라고 적혀있는데요. ‘모놀 워크’는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여럿이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다양한 동료를 만나고 자원을 공유하는 협업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공간으로, 쉽게 설명하면 다양한 활동 혹은 작업을 공동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최근 진행했던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공간에서 진행했던 전시회 혹은 마당에서 진행한 플리마켓도 이 공동의 공간으로 기반으로 활동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추구하는 위 네 가지 개념에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앞으로도 ‘모놀 스타일’, ‘모놀 애티튜드’, ‘모놀 플레이’, ‘모놀 워크’에 해당하는 활동들을 어느 한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계속 지속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희 프로젝트에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신 점이 인상 깊었어요. 물론 그동안 알고 지낸 분들이나 마포지역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참여하셨지만, 타지역 분들도 많이 참여하셨거든요. 서울 전체 지역에서 참여하신 분들도 계셨고, 특히 제주도에서 출자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마포지역 외에서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들이 전체 대비 2~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얻어낸 과정 자체가 저희에게는 응원이 되었고, 감동받았어요.
사실 공간이 조성됐을 때 "우리 동네 바로 옆인데 내가 이용하면 되지" 하며 '모두의 놀이터' 공간을 자주 올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더 쉬울 수 있잖아요. 여러 해결 방안이 있겠지만, ‘둥지 내몰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공동으로 시민이 자산을 만드는 과정을 멀리서도 응원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월세 대란'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생활 영역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동산이 건물주 한 명으로 표현되거나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자산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부동산을 사적 소유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이 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이런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을 공감해 주셔서 멀리 계신 분들이 함께하는 마음으로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응원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작년 여름에 오픈 이벤트를 하려고 했는데, 행사를 앞두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이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모든 행사가 금지되어 진행할 수 없었어요. 이후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었던 시점까지 일정을 미뤘다가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 새해로 일정이 미뤄졌죠.
코로나19와는 별개로 아직 건물 전체를 저희 계획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어요. 보통 장소를 찾을 때 스타벅스 건물, 이디야 건물로 지칭되는 것처럼 1층이 건물의 게이트 역할을 하고, 대표 이미지로 형성되잖아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아직 1층이 확보되지 않아 아쉬워요.
또한 현재 2층엔 카페, 3층에는 공유 오피스가 있지만 사실 지하엔 복합문화공간, 1층에 커뮤니티 펍, 4층에 공유 스튜디오나 추가 오피스, 5층에 파티룸까지 조성하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여건상 아직 지하에서부터 5층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워요. 예를 들어 만약 카페에 온 사람이 1층 펍에 내려가서 맥주를 한 잔씩 할 수도 있고, 파티룸에 오신 분이 다른 층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처럼 각 층에 오시는 분들이 다른 층 이용으로 연결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잖아요. 그래도 현 상황에서 층별로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벤트나 여러 가지 기획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모두의 놀이터> 오픈을 기념하며 공식적으로는 첫 행사인 '일일찻집'을 진행했어요. 행사는 시간이나 여건상 찾기 어려우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금요일, 토요일로 평일과 주말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또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참여자를 신청받았죠.
저희는 딱딱한 분위기를 싫어해서요(웃음). 행사는 그동안 저희가 활동해왔던 과정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함께 보는 순간들이 있었고, 새해를 기념해 포춘쿠키 이벤트도 진행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실제 뮤지션들이 와서 축하공연도 진행했어요.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저희 3개 운영 주체 중 한 곳인데 조합원들이 축하공연에 참여했고, '6개의 달'의 보컬, 개인 조합원 중에서도 '미어캣'의 닉네임을 가진 분도 공연을 해주셨어요. 직접 윷놀이를 정성스레 제작했는데, 윷놀이 판에 ‘출발지로 가라’, ‘한칸 뒤로 가라’, ‘출자금을 내라’ 이런 내용을 담아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시민자산화가 여전히 많은 분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데요. 해빗투게더의 활동이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어서 실제 시민자산화가 실행이 가능하고,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실 저희도 공간 조성이 우리 활동의 끝은 아니거든요. 빚도 상환해야 하고(웃음) 이후에 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큰 과제예요. 또 운영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수도 있구요. 자기 자금이 많아지면, 이자가 적어짐에 따라 운영비용도 줄기 때문에 금액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한 실험이나 시도를 할 수 있잖아요.
이처럼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자산을 만들어가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계획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께서도 굳이 저희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시민자산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