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을 처음 만나는 날, 도봉구에서 열심히 사회적 활동을 하며 수익사업도 잘해나가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지라 작은 기대를 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갔다.

    

구비진 동네를 돌아돌아 약속시간보다 뒤늦게 도착하고 보니 눈 앞에는 조금은 오래되 보이는 교회 건물이 있었다. 

 

이내 건물 안으로 안내되어 문을 열자마자 여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방문자를 반긴다고 우루루 나와 있었다.

그러나 평소 마주하기 힘들었던 지적장애인을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나니 더럭 겁이 나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뜻을 알 수 없는 말들과 낯선 몸짓, 이 모두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장애인, 그것도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어떠한 사명의식을 품고 사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2014 11월 기준으로 조합원 총 68명 중 지적장애인 11명과 직원 5명으로 구성되어있는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의 박진희 실장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산울베리가 걸어온 길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A. 원래는 90년대 초반 도봉구 방학동에서 2명의 중증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93년에 지금의 도봉동에 자리를 잡고 그룹홈 사업을 지속했어요.

하지만 개인시설이기 때문에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도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자활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여 수익사업을 하는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블루베리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이곳의 친구들과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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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에 지적장애인들도 조합원으로 가입되어있다고 하셨는데요, 이 분들은 조합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A. 우리 친구들은 대부분 지능 3세 이하라고 보시면 되요. 그렇지만 조합원으로 가입된 친구들은 그보다는 조금 위의 지능으로 농장활동이 가능한 친구들이죠. 

물론 물주기, 거름주기, 흙다지기, 잡초뽑기 등 단순한 작업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집중력도 있고, 힘도 세요. 그래서 모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그냥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소정의 일비도 지급받고 있으니 친구들도 보람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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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렇게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A. 저희가 실제로 친구들과 일을 해보니 단순히 노동으로 계산할 수 없는 좋은 효과를 보았어요.

즉 정신적인 힐링을 블루베리 농장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농장일을 마치고 나면 훨씬 성격도 순화되고, 밝고 명랑한 성격이 되고요.

저희가 블루베리 생과를 구입한 분들이 서울 지역이면 직접 배달을 가는데요, 그때도 저희 일반직원과 지적장애인 친구가 함께 가요.

받아보시는 분들도 더욱 좋아하시고, 또 집 안에 초대해주셔서 같이 다과도 먹으며 담소를 나눌 때도 있지요.

저희 친구들이 답답한 방에만 머물러있는 것 보다 이렇게 외부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사람구경하고 또 사람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참 좋아해요.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저희로서도 흐뭇하지요. 

 

블루베리 농장일 관련해서는 지금은 5명 정도가 농장에서 일 을 할 수 있는데, 가능하다면 더 많은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의 경기도 원당 농장 1000평에서 앞으로 800평 정도 농장을 확대해서 더 많은 지적장애인 친구들에게 일할 수 있는 보람과 정신적 치료의 효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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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가 직접 와서 보니 비장애인분들에게는 생소한 분위기이고, 지적장애인 친구들을 보호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단순한 봉사정신만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보조를 받는 것도 아니구요, 어떻게 이런 일을 계속하시는지요?  

 

A. 산울베리 교회를 같이 운영하면서 개신교 신자분들이 저희 교회에 다녀볼까 궁금해서 방문하시지만 지적장애인들과 같이 예배를 보는 것에 힘들어하시고 곧 떠나세요. 그래서 교회의 신도수가 많지는 않지요. (웃음) 그건 저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구요..

 

가끔은 우리가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할 까 의문을 가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어떠한 종교적 신념과 더불어 아이들처럼 웃고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볼 때 이 친구들의 옆에서 힘을 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지금까지 왔네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이러한 일을 하는 걸 주변에서 지켜보시다가 익명으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기부해주시는 분도 생기고, 정기 후원도 월 1만원씩 100여명 정도 되요. 참 감사한 일이지요.

 

 

Q. 산울베리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A. 산울베리묘목 판매 및 생과를 판매하는 것이 주 수익원입니다. 작년엔 블루베리 생과가 완판되었고, 소득도 적지 않았어요.

블루베리는 버릴 것이 없는 작물이지요. 그래서 블루베리 잎차도 별도로 수확하여 음용차로 만들어 판매하는데요, 블루베리의

안토시닌이 열매보다  30배나 많을 정도로 그 효능이 탁월해요.


블루베리 와플도 푸드마켓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주 인기가 좋아요.

한편 블루베리정원가꾸기 사업처럼 블루베리가 많은 가정이나 단체에서 쉽게 키우실 수 있고 열매를 수확하여 건강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블루베리농장 사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의 매출도 안정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농장일을 하며 함께 공생하는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지역의 북서울신협에서도 이러한 점을 높이 사 산울베리가 자립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동북4구 크라우드펀딩대회 

참여를 권유했다고 한다.  

 

우리의 편견 속에 살고 있는 지적장애인들과 어울렁더울렁 공존하며 행복과 희망을 꿈꾸는 산울베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가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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