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때 이른 더위를 느끼게 하는 오월의 중턱, 파주에 위치한 장난감 업사이클 전문 사회적기업 금자동이를 찾았다.

장소 :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 금자동이직영매장

일시 : 2013513일 수요일 1100~1230

탐방기록 : 사업심사본부장 박정환

면담자 : 박준성 대표

내 낡은 네비게이션에도 금자동이를 입력하자 바로 안내창이 뜰 정도로 금자동이는 장난감 업사이클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이 분야에서만 16년째이며, 사회적기업으로서도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실 금자동이를 처음 마주하게 된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캐릭터 동산 딸기가 좋아2층 매장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이 날 찾은 파주 매장은 매장도 겸하고 있지만 버려진 장난감을 수거하여 분리저장하는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파주 장곡리 금자동이 직영매장 현판(좌)과 수거된 중고장난감(우)

 

사회적기업으로서 장난감 업사이클 업체가 전국에 하나라는 것은 거꾸로 그 만큼 힘들고 어려운 사업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장난감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기 때문에 수거하는 것 자체도 힘든 과정이다. 금자동이의 장난감 수거는 유통업체’, 장난감 제조회사’, 일반가정의 세 가지 수거원으로 부터 이루어진다. 이와 더불어 파주 헤이리에 있던 매장을 서비스 근접성을 높이기 위해 일산으로 옮기고 공정가맹점 5곳을 박 대표가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장난감 재활용부터 시작하여 업사이클(upcycle) 전문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숱한 난관들을 극복한 박준성 대표는 처음엔 신학을 전공하는 신학도였다. 그러나 세상에 좀 더 밀착된 삶을 살고 싶었던 박 대표는 영국의 옥스팜과 미국의 굿윌 사례를 보면 유학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돈이었다. 유학자금을 모으기 위해 중고 유모차 10대로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 길로 유학은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여 장난감 재활용 판매사업의 정점을 찍게 된다. 그러나 한 참 잘 나가던 그때 공장에 화마가 닥쳤다. 그 동안 쌓아 왔던 그의 꿈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화재로 2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지만 박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사업 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게 되는 거죠

박 대표의 웃음 섞인 말 한마디에 그 간의 힘들었던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좌) / 분리된 중고 장난감 부품들(우)



금자동이가 하고 있는 장난감 업사이클(upcycle)’은 많이 알려진 리사이클(recycle)과는 다르다. 리사이클은 버려진 제품들을 재가공하여 또 다른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은 제품의 기존 특성은 그대로 둔 채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재창조 과정인 것이다. 예컨대, 금자동이가 자체 운영 중인 장난감 학교 쓸모환경예술 놀이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버려진 장난감을 크기와 색깔별로 분류하여 이 것을 토대로 동물이나 SF캐릭터 등 다양한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금자동이의 시도는 이제 업사이클을 넘어 문화예술과 놀이예술 치료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26, 일산 호수공원에 있었던 아트업 페스티벌100여명의 신진 예술가들이 3일 동안 3톤의 장난감 쓰레기를 가지고 기발한 예술작품들을 만들어 약 5만명의 시민들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난감은 부모와 아이가 육체적으로 분리된 후 처음 만나는 소통의 매개물입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장난감은 부모와 아이 간의 교감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간의 소통의 물꼬를 터는 매개체인 것이다.



장난감 학교 쓸모의 수업풍경(좌)과 장난감 페스티발(우)

 

아직 우리나라의 장난감 제조사들은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박스포장 훼손이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되는 장난감조차도 대부분 소각 폐기하는 실정이다. 수거하고 저장할 때 발생하는 유지관리 비용을 무시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식 프랜차이즈는 그 자체가 혁신이었다. 현재 직영 매장 2곳과 공정가맹점 형태의 협동조합식 프랜차이즈 5곳을 관리하고 있는 박 대표는 매뉴얼 제작을 통해 금자동이의 로고와 유통 시스템 사용허가 등 박 대표가 경험으로 터득한 장난감 업사이클 사업의 노하우를 후배 사업주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장난감 학교 쓸모를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교 진로 프로그램에 이르기 까지 학교교육 연계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의 매개도구로 장난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어르신들과 장애아동들을 위한 놀이치료 프로그램에도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재활용 단계의 장난감 쓰레기는 1kg50원에 거래되지만, 장난감 학교의 프로그램으로 사용되는 장난감 부품들은 1kg30,000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컨텐츠 개발 등의 노력만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멸종위기 동물전과 같은 기획사업들은 그 연장선에 있다. 장난감 쓰레기를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멸종위기의 동물들로 재탄생시킨다는 컨셉은 장난감 컨텐츠의 무한한 확장을 상징한다.



금자동이 직영매장 내부풍경(좌)과 중고 장난감 분류시설(우)



언제 아이들이 예술가를 보겠어요. 장난감을 통해 예술가를 만나고 예술가와 같이 작품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이러한 박 대표의 사업적 구상은 예술가 ○○○과 함께 하는 장난감 교실의 형태로 구체화 되고 있다. 조형이나 콜라주, 목공의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장난감을 매개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소망은 이러한 교육 컨텐츠들이 환경교육의 하나로 제도화되는 것이다. 먼저 일반인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지만 그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장난감 쓰레기들의 활용가치를 증명하여 제도화의 초석을 닦고자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금자동이의 발걸음은 당차다. 지금까지의 다양한 실험들은 어느 하나 우연히 기획된 건 없다. 버려진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 넣었듯, 금자동이의 향후 발걸음에도 발 닿는 곳마다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는 채널이 만들어지길 소망해 본다.